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생명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감을 노래한 정현종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환합니다>를 비롯한 61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정현종
1939/ 서울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1964/ ≪현대문학≫에 시 <화음> 등이 추천되어 등단
≪60년대 사화집≫, ≪사계≫ 동인
한국문학 작가상, 이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경암학술상(예술 부문),
네루다 메달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
연세대 문과대 교수 정년 퇴임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사물(事物)의 꿈≫(민음사, 1972)
시집 ≪고통의 축제(祝祭)≫(민음사, 1974)
산문집 ≪숨과 꿈≫(문학과지성사, 1982)
시집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문학과지성사, 1984)
시집 ≪거지와 광인(狂人)≫(나남, 1985)
시집 ≪나는 별 아저씨≫(문학과지성사, 1989)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계사, 1989)
산문집 ≪생명의 황홀≫(세계사, 1989)
시집 ≪한 꽃송이≫(문학과지성사, 1992)
역서 ≪강의 백일몽≫(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민음사, 1994)
시집 ≪세상의 나무들≫(문학과지성사, 1995)
시집 ≪갈증이며 샘물인≫(문학과지성사, 1999)
역서 ≪100편의 사랑 소네트≫(문학동네, 2002)
시집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 2003)
산문집 ≪날아라 버스야≫(큰나, 2005)
역서 ≪파블로 네루다 시집≫(파블로 네루다, 민음사, 2007)
역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파블로 네루다, 민음사, 2007)
역서 ≪충만한 힘≫(파블로 네루다, 문학동네, 2007)
시집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차례
그대는 별인가
외출 8
교감 12
꽃피는 애인들을 위한 노래 14
그대는 별인가 16
붉은 달 18
철면피한 물질 20
나무의 꿈 22
나는 별아저씨 24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28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불쌍하도다 32
고통의 축제 2 34
통사초(痛史抄) 38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40
창(窓) 42
다시 술잔을 들며 44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46
파랗게, 땅 전체를 48
섬 50
시간도 비빔밥도 없는 거지 52
잔악한 숨결 54
마음 놓고 56
초록 기쁨 58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거지와 광인 64
벌레들의 눈동자와도 같은 68
달도 돌리고 해도 돌리시는 사랑이 70
느낌표 72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74
품 78
숲에서 80
자기기만 82
태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84
송아지 86
생명의 아지랑이 88
밤 시골버스 90
자(尺) 92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94
내가 잃어버린 구름 96
길의 신비
나의 자연으로 100
길의 신비(神秘) 102
갈대꽃 106
좋은 풍경 108
쓸쓸함이여 110
환합니다 112
한 숟가락 흙 속에 114
한 꽃송이 116
이슬 118
세상의 나무들 122
내 어깨 위의 호랑이 124
설렁 설렁 130
꽃잎
꽃잎 134
바다의 열병(熱病) 136
그 꽃다발 140
날개 그림자 144
벌판이 말했습니다 146
이 바람결 148
귀뚜라미야 152
안부 154
새여 꽃이여 156
날아라 버스야 158
꽃 심연(深淵) 160
사랑은 나의 권력 162
시인 연보 165
책속으로
환합니다
환합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간 불꽃이,
수도 없이 불들 켜
천지가 환합니다.
이 햇빛 저 햇빛
다 합해도
저렇게 환하겠습니까.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와도
따지 않고 놔둡니다.
풍부합니다.
천지가 배부릅니다.
까치도 까마귀도 배부릅니다.
내 마음도 저기
감나무로 달려가
환하게 환하게 열립니다.